유럽과 아시아의 경계,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자리한 코카서스 지역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지만, 최근 여행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는 여행지입니다. 특히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이어지는 ‘코카서스 3국’은 역사와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감성을 자랑합니다. 이 세 나라는 서로 다른 종교와 언어,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 번의 여행으로 모두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행 비용도 유럽에 비해 저렴하고, 비교적 안전한 환경과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혼자 떠나는 자유 여행자에게도 안성맞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카서스 3국의 대표 국가인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의 주요 도시와 추천 여행지를 중심으로 각 나라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소개해드립니다.
조지아 – 와인과 자연,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감성 여행지
코카서스 여행의 시작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나라는 단연 조지아입니다. 수도 트빌리시는 유럽의 감성과 동양적 분위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로, 감성적인 느낌의 여행지입니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석조 건물과 현대적인 평화의 다리, 나리칼라 요새, 유황 온천 지구 등 볼거리가 풍성하며, 도보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어 걷기 좋은 도시로 꼽힙니다. 트빌리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대자연 속의 평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카즈베기 지역의 게르게티 성당이 있는데, 해발 2,000미터 이상 되는 언덕 위에서 코카서스 산맥을 배경으로 마주하는 그 풍경은 말 그대로 장관입니다.
조지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의 발상지로도 유명한데요, 카헤티 지방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큐베브리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도 인기가 많습니다. 조지아의 음식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치즈를 듬뿍 넣은 하차푸리, 조지아의 만두요리 힌깔리, 소고기와 토마토를 넣어 만든 조지아 전통 스튜 차슈슐리 등은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비행기로 약 10시간 걸리는 조지아는 무엇보다 한국 여권으로 무비자 1년 체류가 가능해 장기 여행자에게도 이상적인 나라입니다. 물가도 저렴해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으며, 유럽보다 관광객이 적어 조용히 여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조용하면서 아름다운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전통과 현대, 도시와 자연, 미식과 문화가 어우러진 조지아는 코카서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진정한 매력의 나라입니다.
아르메니아 – 고요하고도 깊은 정서가 느껴지는 기독교 유산의 땅
조지아에서 남쪽으로 국경을 넘으면 아르메니아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한 나라로, 깊은 종교적 배경과 고대 유적이 곳곳에 살아 있는 조용한 나라입니다. 수도 예레반은 분홍빛 화강암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인상적인 도시로, 구도심 광장 주변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여행자에게 안정감과 평화를 선사합니다.
예레반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는 예레반의 랜드마크인 ‘카스케이드’를 들 수 있습니다. 언덕 위를 따라 계단처럼 조성된 이 대형 구조물은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기에 최적의 장소이며, 내부에는 현대미술관도 함께 있어 예술적 감성을 더합니다. 아르메니아의 대표 유적지로는 ‘게하르드 수도원’과 ‘가르니 신전’이 있습니다. 게하르드 수도원은 절벽에 새겨진 암석 교회로 그 자체가 예술이며, 가르니 신전은 로마 신전 양식을 그대로 유지한 독특한 고대 건축물로 이국적인 느낌을 줍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아라랏산의 전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노아의 방주가 도착했다는 이 산은 현재는 터키 영토이지만, 예레반 어디서나 눈에 띄는 배경이 되어 주며, 현지인들의 정신적 상징이기도 합니다.
음식으로는 소의 다양한 부위와 발의 뼈를 고아 만든 카쉬, 신선한 허브와 요거트를 곁들인 샐러드, 감칠맛 나는 꼬치 요리, 그리고 아르메니아식 빵 라바시가 유명합니다. 또한 아르메니아의 브랜디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우수한 품질로 아르메니아의 대표적인 술입니다. 조용히 사색하며, 문화와 역사의 깊이를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아르메니아는 꼭 한 번 방문할 가치가 있는 나라입니다.
아제르바이잔 – 유럽과 이슬람,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도시 바쿠
아르메니아와 달리 바다를 접한 아제르바이잔은 또 다른 분위기의 여행을 안겨줍니다. 코카서스 3국 중 가장 현대화가 잘 된 나라이며, 수도 바쿠는 카스피해를 따라 자리 잡은 세련된 도시입니다. 바쿠는 고대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로, 구시가지인 ‘이체리 셰헤르’에서는 돌담길과 고성, 바자르 골목을 따라 옛 바쿠의 모습을 느낄 수 있고, 조금만 나가면 미래형 건축물이 즐비한 신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쿠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 건축물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입니다.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내부 전시물도 훌륭하지만, 외관 자체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또한 밤이 되면 바쿠의 또 다른 매력이 드러납니다. 불의 나라라는 별명을 가진 아제르바이잔답게 ‘플레임 타워’는 저녁마다 화려한 LED 조명으로 도시를 밝히며,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는 야경 산책도 큰 즐거움입니다.
바쿠 근교로는 머드 화산 지대와 고블루스톤 유적지도 인기 있는 관광지입니다. 화산처럼 끓어오르는 진흙이 독특한 자연 현상을 보여주며, 선사시대 암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고블루스톤은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쉬르반샤 궁전, 메이든 타워, 카라반사라이 등 다양한 관광지도 많이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여행자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음식은 향신료가 은은하게 배인 쌀 요리와 고기 요리가 중심이며, 다채로운 디저트와 홍차 문화도 인상적입니다. 도시적 세련됨과 중동적인 정취가 어우러진 바쿠는 코카서스 여행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입니다.
알고 있었던 사람도, 낯선 사람도 있을법한 여행지 코카서스 3국 여행은 단순한 나라별 방문을 넘어, 문화와 역사, 자연과 도시가 각각의 색으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풍성한 여정입니다. 조지아의 따뜻한 사람들과 깊은 감성, 아르메니아의 고요한 역사와 신앙의 흔적, 아제르바이잔의 세련된 도시와 이국적인 풍경은 각각 다른 이야기로 기억에 남습니다. 세 나라 모두 접근성이 좋고 물가도 부담 없으며, 비교적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점에서 장거리 여행을 처음 계획하는 분들에게도 추천할 만합니다. 만약 유럽의 감성과 동양적인 정서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코카서스 3국 여행은 틀림없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